eco echo
2022. 10. 27 — 11. 13 · 종료


90 × 90 cm

90 × 90 cm

270 × 50 × 150 cm







사진 ⓒ 고정균
시작하는 데도 없고 끝나는 데도 없는 영겁의 시간솜털보다 가벼운 존재의 무게와 우주 자체로 견주어지는 생명체의 비중나뭇잎에 머문 바람 소리의 떨림피어오르는 연기를 머금은 허공거울 면에 걸린 사물의 실상과 허상산다는 것은 무엇인가.한시적 아수라 잿빛 삶의 현장 너머 통시적 존재의 의미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청정
2022년 10-11월, 테오화랑에서는 작가 김청정의 《eco echo》 전시를 개최한다. 김청정은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일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추상 조각은 물론, 미디어 혼용 설치, 디지털 회화에 이르는 영역에서 시대를 앞서는 실험 정신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히 형성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페인팅 22점과 브론즈, 나무 소재의 입체 작품들은 작가 노트의 육성이 들려주듯 작가의 정신에서 사라지지 않는 질문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전시 《eco echo》를 통해 김청정은 디지털 페인팅이라는 매체를 제시한다. 이에 관람자는 전시장의 벽에서 ‘평면의 정수’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의 상징인 정사각형과 그 새로운 물질적 형태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오랜 기간 입체를 다루어 온 작가의 이 작업에 대해 먼저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 사각의 매끄럽고 빛나는 평면이 무한한 입체의 시공간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픽셀화한 빛 혹은 색의 직조, 조형 언어의 다층적인 구현을 통해 그러하며, 이와 함께 작가가 담아낸 주제를 통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김청정의 디지털 페인팅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보여주는가 하면, 우리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그 안에 펼친다. 예컨대 봄의 꽃 핀 가지, 차가운 땅을 덮는 가을 낙엽, 역동적인 물의 흐름, 모든 것 위에 어룽거리는 빛은 변화하는 세계, 자연의 생태와 순환을 알게 한다. 다른 한편, 추상적인 형상들 역시 지금껏 작가의 모든 작업을 추동해 온 생성과 소멸, 시작과 끝, 실상과 허상,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의 소산으로서 새로운 매체가 이를 수 있는 깊이와 넓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보다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작업이 작가가 탐구해온 주제의 구현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변함없이 치열한 작가 정신에 의해 디지털 매체의 본질적인 존재 탐구가 이루어진 결과로서, 현재 보기 드문 디지털 미감의 출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 김청정의 세계에서 함께 관계 맺은 모든 것들은 마침내는 울린다(echo). 이 ‘echo’는 변화, 조응, 순환, 귀환, 이 모든 것으로 다시 말해질 수 있다. 작가는 이 세계 속, 하나와 하나의 만남과 조응, 하나에 의한 하나의 변화, 하나 혹은 모든 것의 순환과 귀환, 이러한 것들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홀로, 함께 유영해야 할 운명의 우리는 이러한 ‘echo’의 메시지를 기꺼이 가슴에 품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