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화본색
2022. 11. 24 — 12. 11 · 종료
한국과 중국의 옻칠 작가 여덟 명, 40여 점을 모은 교류전입니다. 옻칠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재료인데, 그 전통의 무게 때문에 오히려 재료와 기법을 깨는 실험이 활발한 영역입니다. 한국 두 사람과 중국 여섯 사람의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경향의 차이가 분명히 보입니다. 테오화랑의 2022년 마지막 전시입니다.
테오화랑은 2022년 마지막 전시로 한·중 현대 칠예 교류전 《칠화본색》을 선보인다. 옻칠화는 선사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옻칠 사용에 뿌리를 두며, 이후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고유의 기법과 미학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유구한 전통의 무게를 갖는다는 점에서 옻칠 회화는 재료, 기법, 작품 형태, 표현 소재 등의 차원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예술적 모색과 실험이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테오화랑은 현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옻칠 예술이 갖는 이러한 복합성, 경계성, 혁신성 등에 주목하여 한국과 중국의 현대 옻칠 예술 작품 4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번 《칠화본색》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총 8인으로, 한국 작가로 정광복, 설민기, 중국 작가로 정향군(程向君), 후본칠(胡本七), 양페이장(杨佩璋), 이몽홍(李梦红), 진천(陈川), 강이(姜弋), 6인의 작품 세계를 살필 수 있다. 가장 많은 작품이 소개된 정광복은 이미 20여 년의 시간을 옻칠 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로, 평면과 입체 작품을 넘나드는 가운데 무한의 공간과 현재라는 시간성의 표현을 탐구한다. 그 한 결과로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Hero Series〉, 〈Luxury Series〉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예(藝)와 기(技) 등 옻칠 예술의 영역에서 이항대립으로 이해되어 온 것들에 대한 성찰과 융합의 지향을 담아내고 있다. 설민기 작가는 자연의 풍경을 은은한 색채감 속에 담아낸 외에 달과 집이 등장하는 동화적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러한 작업에는 전통을 넘어서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관람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다. 한편, 중국 칠화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작가 정향군(程向君)으로부터 80년대 출생의 젊은 작가인 강이(姜弋)에 이르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그 전체적 경향에서 한국 작가 2인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옻칠의 현대성을 모색하는 중국 옻칠 예술의 현재를 이 작품들을 통해 일부나마 조감할 수 있다. 예컨대 작은 화면에 흡사 수채화와 같은 가벼운 채색으로서 일상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기존 옻칠 회화 전통에 대한 전복이 시도되며, 붉은색을 주조로 하는 풍경 묘사, 강렬한 색채 대비와 화면 분할의 시도 등이 이루어진다. 또한 정향군의 〈집이 있는 풍경(有房子的风景)〉은 절제된 동시에 자유로운 선의 표현으로 이루어낸 집과 빈 배경의 제시를 통해 옻칠 예술에서 가능한 깊이감을 훌륭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대의 옻칠 예술은 나무, 베, 옻칠을 기본 재료로 하는 가운데 재료와 기법의 조합과 응용을 시도하고, 현 시대의 세계관, 미적 감수성을 투영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중 예술가들의 부단한 예술적 노력과 새로움의 추구가 널리 전달되고 이해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