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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Exhibition

황초롱 개인전

황초롱
2024. 12. 6 — 12. 29 · 종료

2024년을 마무리하며 연 황초롱의 개인전입니다. 방 안에 홀로 있는 인물과 그 둘레를 채운 강렬한 색면 — 지나간 시간과 감정을 다시 짜 맞춘 화면들입니다. 흑백 에스키스로 빛과 어둠을 먼저 세운 뒤, 그 질서 위에 즉흥의 색을 얹습니다.

서문

테오화랑은 2024년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황초롱 개인전》을 개최한다. 황초롱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하는 레핀 아카데미 부속 예술학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레핀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이처럼 청소년 시기부터 이어진 긴 유학 생활 동안 작가로서의 의식을 갖고 아카데믹한 구상미술을 탐구한 경력은 그의 작업의 기본적인 바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황초롱의 작가적 추구는 예술 작업의 기법적, 경향적 측면에 중점을 두지 않는 보다 본질적인 것으로서,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건대 ‘그리는 나’를 찾아 길을 떠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황초롱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의 존재이다. 그의 그림은 많은 경우 실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방 안에는 정면을 바라보거나,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녀 인물들이 단독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인물의 주변에는 테이블, 의자, 꽃과 화병, 과일, 그림 도구들, 책, 전등, 곰인형, 커튼 등 일상의 온갖 사물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각 작품 속의 인물은 실내에서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생각에 잠기고, 자신의 지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홀로 느낀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인물의 주변을 구성하는 강렬하고 불규칙한 색면(色面)의 조합이다. 이는 화면 조형의 차원에서 설명될 수도 있지만, 작가에게 이는 무엇보다 삶에서의 파편화된 기억의 재구성이기도 하다. 지나간 삶의 순간들, 그 시간을 채운 감정들은 작가의 언어인, 기하학적이거나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비정형의 색면들로 다시 표현되었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이러한 작업이 마냥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작업은 치밀한 구상과 즉흥성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흰색과 검은색 물감만을 사용하여 에스키스를 완성한다. 이는 단순한 밑그림에 그치지 않고, 기억 속 파편화된 이미지와 빛과 어둠의 구조를 면밀히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구상을 통해 이미지를 구현한 후에는 색채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이렇게 준비된 구도와 색채는 캔버스 위에서 펼쳐지며, 초기 단계의 계획과 질서 위에 즉흥성이 더해져 화면은 생동감과 역동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이미 말한 대로 기억과 감정이라는 무형의 요소를 회화적 언어로 구체화하여 작가 고유의 화면 조형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특히 황초롱이 화면에 구현하는 색채의 과감한 대비적 조합은 독보적인 것으로서, 그의 회화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황초롱은 여전히 유화 작업을 고집한다. 빠르고 간편한 작업이 가능한 현대의 재료들과 비교하여 유화는 확실히 까다로운 영역이다. 천천히 건조되는 물감은 그만큼 긴 호흡을 요구하며, 레이어링의 규칙과 색채의 안정성을 위해 신중함과 인내를 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제약인 한편으로, 작가에게는 의식의 조각들을 섬세히 다듬어 화면 위에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구축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초롱은 작품 속에 다시 사각의 화면, 사각의 틀을 배치하는 이중 형식을 통해 오로지 그리는 존재인 자신을 표현해 왔다. 자아 성찰적 사색이 이루어지는 인물의 방은 다름 아닌 우리의 방이기도 하다.

전시 정보
기간
2024. 12. 6 — 12. 29
장소
테오화랑
참여작가